왼손잡이 혹은 오른손잡이
사람에게는 왼손잡이, 오른손잡이가 있는 것처럼, 고양이에게도 ‘왼발잡이’, ‘오른발잡이’가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귀엽게 장난감을 툭툭 치는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면 어떤 발을 주로 사용하는지 일정한 패턴이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행동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뇌의 구조 및 성격과도 깊은 연관이 있는 매우 흥미로운 행동 특성입니다.
고양이도 ‘주발’을 가집니다
사람처럼 고양이도 일상적인 행동에서 한쪽 앞발을 더 자주 사용합니다. 장난감을 잡을 때, 사료 그릇을 건드릴 때, 문틈에 발을 넣을 때 등 반복되는 행동을 관찰해 보면 주로 사용하는 앞발이 분명히 드러납니다. 이것이 바로 고양이의 ‘주발(lateralized paw use)’입니다. 주발은 단순히 습관이 아니라, 뇌의 비대칭적 활동과 연결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수컷은 오른발, 암컷은 왼발?
여러 행동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양이의 발 선호는 성별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수컷 고양이는 오른발잡이인 경우가 많고, 암컷 고양이는 왼발잡이일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다만 모든 고양이가 이 분류에 맞는 것은 아니며, 개체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일부 고양이는 양발을 고르게 사용하는 경우도 있어 ‘양발잡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고양이의 뇌 구조와의 관련성
고양이의 주발은 뇌의 반구 중 어느 쪽이 더 활발히 작동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고 추정됩니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왼쪽 뇌가 우측 신체를, 오른쪽 뇌가 좌측 신체를 주로 조절하기 때문에 왼발잡이는 오른쪽 뇌의 활동이, 오른발잡이는 왼쪽 뇌의 활동이 우세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와 관련해 연구자들은 뇌 반구의 활성 패턴이 고양이의 성격 및 스트레스 대처 방식과도 관계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성격과의 연관성
고양이의 주발은 그 성격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오른발잡이 고양이는 조금 더 사교적이고 활동적이며, 왼발잡이 고양이는 낯선 상황에서 신중하고 경계심이 강한 경향이 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물론 모든 개체에 동일하게 적용되지는 않지만, 보호자 입장에서 주발을 파악하면 고양이의 성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집 고양이의 주발
집에서도 간단한 실험을 통해 고양이의 주발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 장난감을 고양이 앞에 두고 어느 발로 먼저 툭 치는지 관찰하기
- 간식을 좁은 컵 안에 넣고 꺼낼 때 사용하는 발 확인하기
- 문이나 서랍을 열 때 주로 사용하는 발 보기
최소 20회 이상 반복해서 관찰하면, 어느 발을 더 자주 사용하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 결과는 단지 재미뿐만 아니라 고양이의 습성과 기질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맺으며
고양이도 사람처럼 각자 다른 ‘주발’을 가지고 있으며, 이 특성은 신경학적 구조, 성격, 성별 등과 연관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귀엽고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고양이의 일상 행동을 세심히 관찰하면 그 아이만의 독특한 개성과 뇌 활동의 단서를 엿볼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 고양이는 어떤 발로 인사를 건넬까요? 그 작은 발끝에 담긴 비밀이, 고양이를 더욱 사랑스럽게 만들어 줍니다.